하이트에서 진로까지, 주류 시장을 뒤흔든 마케팅의 힘. 하이트 진로
하이트에서 진로이즈백까지, 주류 시장의 흐름을 바꾼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스토리.
1993년, 국내 맥주시장은 하이트의 등장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조선맥주’였던 하이트맥주는 크라운 브랜드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이름 ‘하이트’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했다. 지하 150m 암반수로 만든 깨끗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대형 냉장고를 통째로 증정하는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전략은 단숨에 효과를 발휘했고, 불과 3년 만인 1996년에는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를 제치고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공은 단순한 제품력뿐 아니라, 라벨에 온도계를 부착하거나 맥주 교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현장 중심의 품질 관리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하이트진로의 탄생과 소주 시장 진출
이후 하이트맥주는 소주업계의 강자였던 ‘진로’를 인수하면서 ‘하이트진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 양쪽에서 모두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종합 주류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는 국내 주류시장에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뉴트로 감성의 한 방, ‘진로이즈백’
소주 시장에서도 하이트진로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다. 특히 2019년 출시된 ‘진로이즈백’은 기존 초록색 병을 탈피해 파란색 투명병을 사용하면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파란 병은 1970년대 진로의 하늘색 병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MZ세대를 겨냥한 뉴트로 마케팅의 일환이다. 기존의 틀을 깬 병 디자인은 단순한 변화를 넘어 소비자 감성에 깊이 파고들었고, 출시 72일 만에 연간 목표 판매량인 1000만 병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두꺼비와 아이유, 감성 마케팅의 진수
진로이즈백의 성공에는 귀여운 두꺼비 캐릭터와 팝업 스토어 ‘두껍상회’를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도 크게 한몫했다. 또한 아이유를 장기 모델로 기용하며 브랜드 신뢰도와 친숙함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러한 감성 마케팅 전략은 젊은 세대에게 소주라는 전통적인 주류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고, 하이트진로는 다시 한번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냉각 여과 공법, ‘시원한 맥주’의 기술력
한편, 하이트맥주는 ‘냉각 여과 공법’을 통해 맥주의 맛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공법은 제조 전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하면서 9차례에 걸쳐 불순물을 제거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시원한 맥주’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와 유사한 여과 기술은 ‘참이슬’ 소주에도 도입되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내는 데 기여했다.
‘가성비’ 공략한 발포주, 필라이트
하이트진로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전략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포주 ‘필라이트’이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으로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 일반 맥주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고, 합리적인 가격과 준수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한 선택이었다.
‘참이슬’이라는 브랜드 이름에 담긴 의미
참이슬이라는 브랜드명 또한 흥미롭다. 회사명인 진로(眞露)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참(진짜)’과 ‘이슬’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탄생했다. 이름부터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대나무숯 여과공법을 통해 구현된 부드러운 맛은 그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2009년 ‘참진이슬’에서 지금의 ‘참이슬’로 리뉴얼되며 보다 간결하고 강한 인상을 주게 되었고, 이는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 모두를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